변종곤의 진품실

릴리웨이, 독립큐레이터 (Lilly Wei, Independent Curator)

한국 태생 변종곤 작가의 브루클린(Brooklyn) 아파트는에서는 믿을수 없을 만큼 평범해 보이지만 안은 전혀 다르다. 분더카머(Wunderkammer)의 진품실처럼, 850 스퀘어 피트 정도 되는 벽 전체와 마루가 온갖 책과 물건들로 꽉 들어찬 선반과 진열장으로 덮여 있다. 아프리카, 오세아니아산 가면과 토템상, 해골, 악기, 장식 액자, 거울, 카스트로, 호치민, 마릴린 먼로, 미키마우스 상과 모사품, 레오나르도의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 복사화, 17세기 이탈리아 회화, 플라스틱 과일과 꽃, 소를 넣은 앵무새, 금속제 곤충, 램프, 빈티지 제품, 용수철, 고리, 난쟁이 머리와 몸체, 오래된 사진과 같은 기념품들이 그리스도 조각상, 성모 마리아상, 금박의 부처상, 그리고 천장에 메달린 크고 작은 비행기 모형 함대와 함께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작가의 수집품 자체가 작품이자 그의 작업에 영감의 원천이고 작품의 기본 재료가 된다. 경매, 벼룩시장, 골동품상 에서 광적으로 수집한 물건들과 폐기물들이 그만의 아상블라주(Assemblages)를 이루고 있다.
그가1980년 정치적 망명자로 처음으로 뉴욕에 도착했을때 그는 극심하게 가난했지만 그가 가질 수 있는 자유를 만끽했고 행복감에 도취되어 있었다. 그에게는 그야말로 천국과도 같은 곳이었다. 변종곤 작가는 작품의 재료는 물론이고 음식조차 살 수 없이 가난했지만 곧 그는 그의 청년시절 한국에서는 대부분 물건들을 고쳐서 다시 썼던 것과는 달리 미국에는 버려지는 물건들이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당시에 - 지금까지도 여전히 - 그러한 낭비가 작가의 눈에 거슬렸지만 그는그것을 깊이 감사하게 여겼다. 길거리가 바로 그의 공급처이자 시재(詩才) 가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화가로 교육받은 작가에게 혼합매체를 다루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필요에서 시작한 것이 곧 작가에게 큰 열정을 낳게 된다.
변종곤은 미술사, 문화 전반, 작가 개인 경험으로 부터 끌어낸 도상적인 이미지를 유쾌하게 혼합시키며 미술과 정치, 미술과 텍스트, 미술과 패션, 미술과 종교를 교묘하게 결합한다. 그는 날카롭게 다다이스트와 초현실주의 작가들에게로 귀속하고 계획적으로 뒤샹과 얽힌다. 발견한 물건들을 함께 조합한 다음, 변형으로 그것들을 의미와 복잡하게 얼킨 것들에 다양한 변형의 방법론을 비튼다. 극사실주의 거장인 변종곤은 전원풍경, 도시풍경, 브뢰겔(Brueghel)의 유명한 작품 '바벨탑' 의 한 부분을 그의 아상블라지에 직접 그려 사용한다. 바이올린 또한 작가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데, 그의 작품 '만레이를 기림' (Memory of Man Ray) 에서도 인정했던 만레이와 같이 여성의 관능적인 신체의 형상과 유사한 바이올린의 형상을 경외하여 작업의 또 하나의 주 모티프로 사용하고 있다.
변종곤에게 액자는 가족 초상화나 가족 사진과 연관을 이루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작품의 틀로 그는 대개 어둡고 작 닦여진 나무 액자나 건물의 문이나 왕실 소유의 탑과 문에 사용되는 정교하게 금박을 입힌 액자틀을 사용한다. 은유적으로 변종곤의 액자는 조셉 코넬(Joseph Cornell)의 그의 수정과도 같이 투명한 환상을 섬세하게 담고있는 상자들과 비슷한 방법으로 윤곽을 만들어주고 환상과 기억을 위한 공간을 결정해준다. 변종곤의 환상 역시 코넬과 같이 섬세하지만 변종곤의 공간은 비극보다는 희극을 공연하는 극장과 같은 감각으로 좀 더 색다르며 확고한 것들을 표현한다. 미켈란젤로를 인용하지만 죽은 그리스도를 슈퍼맨으로 묘사하고 부처상을 그와 평형되게 배치하고 거꾸로 놓인 해골이 대치하고 있는 그의 작품 피에타(Pieta)에서와 같이 그의 유머에는 어두운 면도 있다. 하지만 서양 문명의 광적인 생산과 소비, 물질주의와 낭비, 영성의 상실을 향한 그의 신랄한 비평에 있어서 작가는 물러서지 않는다. 그는 호모루덴스 이자 타고난 브리콜뢰르(bricoleur)이며 재활용하고 재생하는 열정적인 생산자이며 장인이다. 영화 "7년 만의 외출" (The Seven Year Itch) 나오는 유명한 흰색 치마가 바람에 휘날리는 마릴린 먼로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차용해 작은 먼로 상에 플라스틱으로 바람에 휘날리는 흰색 치마를 고정되게 만들고 치마를 향해 선풍기에서 실재 바람이 나오는 거짓 장면을 형상화한 작품처럼 그는 소품들을 가지고 놀며, 붙이고 섞어 만드는 것을 즐겨한다. 마오, 호치민, 체 게바라, 마릴린 먼로, 그리스도, 부처는 그에게 중요한 주제들이다. 그는 그의 사물들이 항상 복합적이고 선동적이기 보다는 광범위한 의미를 만들어 내게 한다. 변종곤은 성인전(聖人傳) 작가가 아니다. 그는 행복한 풍자가이고 세계를 전복하는 예술가이다. 그의 독특하고 독창적인 아상블라주는 성상(聖象)들간의, 세속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 사이의, 유쾌하게 무의미한 것과 근엄한 실체 사이의 교묘한 혼합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