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

아이 키지마 Ai Kijima (b. 1970 in Tokyo)

나는 항상 천, 바늘, 실과 같은 간단한 재료를 사용하여 작품을 만든다. 하지만 실제로 제작된 작품은 들어간 재료들에 비해 훨씬 복잡하고 다중적이다. 사람들은 내 작품을 볼 때 세부적인 디테일보다 친숙한 이미지를 먼저 보겠지만, 그 디테일이야말로 내가 수년간 공부하여 나만의 고유한 퀼트 기술을 개발해낸 결과물이다.
나는 5살 때 처음으로 할머니를 옆에서 도우면서 바느질을 접했고, 그 후 직물을 직조하는 방법을 배웠다. 일본에서 자라나면서 실과 바늘, 그리고 천에 담긴 친숙한 매력과 그 문화적인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나는 작품을 위해 수년간 서양의 직물뿐만 아니라 일본의 전통 직물, 특히 기모노를 모아왔다. 미국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The 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도 나는 여러 종류의 직물들을 다루는 방법을 계속 발전시켰으며, 일본의 전통적인 직조 기술을 융합시켜 나만의 퀼팅 노하우를 발견했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며 그들의 문화를 포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나는 일본의 전통에 대한 강한 유대감을 가지고 있다. 예술가로서 나의 경험과 비전은 이 두 문화에 걸쳐 있으며 각각의 개성을 고수한 채 작품 안에 혼재되어있다. 또한 나는 대량생산을 바탕으로 하는 대중문화의 여러 아이콘을 작품에 사용하고 있으며, 이 이미지들은 흔히 ‘아메리칸 아이콘’으로 불리는 것들이다.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지만, 동시에 쉽게 버려지고 잊혀지는 아이콘이 가진 아이러니함은 내게 어떤 종류의 향수와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나는 이 아이콘들이 그려진 작품의 재료를 의도적으로 벼룩시장이나 중고가게에서 구입한다. 그렇게 구입한 낡고 바랜 옷감에 프린트된 이미지들이 나의 작품을 위한 중요한 재료가 된다. 나는 이미지의 맥락을 바꾸고 변형하며, 이미지의 예기치 않은 조합을 통한 파격을 통해 동양과 서양의 아이디어가 결합한 나만의 세계를 창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