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해석하다 Body Extension

인간의 신체는 오늘날 우리에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예술과 일상을 넘어서 몸의 중요성이 대두한 이유 중의 하나는 서양철학을 오랫동안 지배해 왔던 이분법적인 사고방식 즉 정신/몸, 남성/여성, 이성/감성 항들을 대립적인 관계로 보면서 전자의 항에 우월성과 가치를 부여하고 후자를 폄하하는 사고방식에 대한 현대철학의 비판적 이론들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근대 철학자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는정식에 의거해 보면 나의 존재를 증명해주는 것은 나의 몸이 아니라 사유와 정신이 됩니다.
이렇게 지적 능력과 자아의 장으로서의 인간의 의식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인간의 신체는 물질이자 의식을 담는 기계적인 그릇으로 단순하게 환원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현대 철학자 메를로-뽕띠는 이러한 서양철학의 관념론적 입장을 반박하면서 주체성의 중심을 몸에 위치시키면서 "육체화된 주체"라는 개념을 정립하였습니다. 그는 인간을 의식으로 환원될 수 없는 주체이며 신체를 통해서 세계와 관계를 맺는 행위하는 존재라고 보았습니다.
현대 미술에서 신체와 행위의 조형적 표현이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1900년대 초 등장하기 시작하는 개념미술에서부터였습니다. 이브 클랭이 당시 행했던 나신의 여성에 페인트를 칠해 캔버스에 굴리고, 2층집에서 뛰어내려 '허공의 극장'을 연출하기도 하였던 신체성이 미술의 탈물질적 개념을 나타내는데 주력했던 일종의 도구였다면 현대포스트모더니즘 미술에서 인간의 신체는 그 자체로 인간의 실존과 정체성을 나타내는 주체가 되면서 금기로부터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로워졌습니다.
그 자유는 때로는 혼동을 동반하는 무질서를 낳기도 하였지만 정신 속에 갇혀있던 신체에 날개를 달아주어 현대 미술에 있어서 무한한 표현 영역을 보장해 주었습니다. 이번 대안공간 프로젝트 '몸을 해석하다' 展은 이러한 철학을 기반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 작가들이 풀어낸 이야기입니다. 그 속에는 유희적 본능과 고전적 에로티시즘에서부터 자기파괴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코드를 지닌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어 익숙하게만 알고 있던 우리의 신체에대해 신선한 시각적 충격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