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얼굴들

우리는 역사 속의 위인을 그가 남긴 글이나 작품 혹은 그에 관한 글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시간 과 공간이라는 장벽 때문에도 그러하고 실제의 인물 그 자체가 아닌 그 사람이 남긴 업적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아왔기에 우리가 아는 많은 위인들은 대개 건조하고 박제된 이미지로 우리의 마음 에 남아 있습니다. 분명 뜨거운 피와 힘차게 요동치는 가슴을 지녔던, 그 누구보다도 열정적인 사 람들이었음에도 그들은 왠지 신화 속 인물들처럼 때론 현실에서 벗어난 듯한 거리감을 안겨주었 습니다. 모나리자가 다빈치보다, 생각하는 사람이 로댕보다 오히려 더 우리에게 친근하고 현실감 있는 존재로 다가오는 것은 우리가 그들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매우 단순한 이유 때문이 아 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들의 따뜻한 체온과 강렬한 눈빛을 굳이 직접 체험해 보지 않더라도 그들 도 우리와 같은 옷을 입고 비슷한 머리 스타일에 평범한 안경을 썼던 한 사람이었다는 사소한 단 서 하나만으로도 금새 시간과 공간의 벽을 넘어 그들을 우리의 리그 속으로 데려올 수 있지 않을 까요? 생각해 보면 비록 초상화이긴 해도 비교적 얼굴이 많이 알려진 고흐는 그 시대의 다른 많 은 화가들보다 우리에게 더 현실적인 존재로 다가와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근대 이 후의 미술계에서는 연극적 이미지로 강한 개성을 뽐냈던 달리의 사진과 스스로의 얼굴을 작품의 일부로도 사용했던 워홀의 모습이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워낙 세계 미술사에 큰 획 을 그은 인물들이어서도 그러하겠지만 얼굴이 알려져 더욱 우리들에게 구체적인 존재감을 부여한 점도 사실일 것입니다. 대중 친화적인, 친근감 있는 이미지는 그렇다면 그 사람을 우리가 알고 있 는가, 다시 말해 본 적이 있는가에 의해 형성된다고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스크린 속의 극적인 배우의 모습보다 우연히 거리에서 본 실제의 배우의 모습이 더욱 강렬하듯이 작품을 통해 서만 알아왔던 작가들 역시 사진으로나마 한 번이라도 눈빛을 교환하고 나면 그들의 작품이 다시, 더 의미 있고 깊이 있게 이해될 것 같습니다.
세계 미술 시장에서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영국 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20대 청년 시절의 패기와 당당함이 느껴지는 눈빛을 보고 나면 기이하면서도 섬뜩한 작품으로 전 세계를 뒤흔들 수 있었던 그 저력을 느낄 수 있고, 만화적 기법으로 현대 미술을 쉽고, 경쾌하면서도 세련되게 업그 레이드시켰던 그 이름도 유명한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장난기 있는 미소를 마주하면 평면적인 그 의 작품이 갑자기 입체적으로 더욱 풍성하게 이야기 거리를 제공할 것만 같습니다. 이번 전시는 독일 사진 작가 베르너 크루거가 찍은 59인의 세계 미술의 거장들의 초상화로 구 성되어 있습니다. 조르지오 드 키리코에서부터 헨리 무어, 니키 드 생팔, 크리스토, 그리고 데미 안 허스트와 필립 스탁에 이르기까지 현대 미술의 오늘을 가능케 한 주옥 같은 이름들이 한꺼번 에 모였습니다. 작품 뒤에 가려있던 이 비범한 천재들의 모습을 만나보시고 흙으로 빚어진 형상 에 생명감을 불러일으켰던 신의 숨결처럼 여기 모인 59인의 표정과 눈빛과 제스쳐에 담겨있는 열 정이 그들의 작품 속에 담긴 철학과 스타일을 더욱 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는 신선하고 시원한 숨결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 더 컬럼스 갤러리 대표 장 동 조